
이재명·김문수·이준석·권영국 4명만 토론하는 이유 왜일까요? 분명 선거에 등록한 후보는 총 7명인데, 왜 TV토론에 나오는 인물은 이재명, 김문수, 이준석, 권영국 이 네 사람뿐일까요? 대선 후보자라면 모두 국민 앞에서 평등하게 발언 기회를 가져야 할 것 같은데, 실제 방송에서는 일부 후보만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나머지 후보는 화면에서조차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 현상은 단순한 방송사의 편성 문제가 아닙니다. 선거법상 정해진 구조와 기준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네 명만 TV토론
지상파 방송 3사인 KBS, MBC, SBS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총 3차례의 후보자 토론회를 편성합니다. 이 토론회는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 유권자가 가장 많이 TV를 시청하는 이른바 ‘황금 시간대’에 생중계됩니다. 그런데 이 방송에 참여할 수 있는 후보는 아무나 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공직선거법 제82조의2는 “초청 후보자 토론회”라는 이름으로 참가 자격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기준은 단 세 가지입니다.
- 첫째, 국회에서 5석 이상의 의석을 가진 정당의 후보일 것.
- 둘째, 직전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 지방선거 중 하나에서 정당이 3%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했을 것.
- 셋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정한 여론조사에서 평균 지지율이 5% 이상일 것.
이 중 단 하나라도 충족하면 TV토론에 참여할 수 있는 초청 대상이 됩니다.
이 기준에 따라 2025년 대선에서 초청 후보자로 분류된 사람은 총 4명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는 당연히 국회 의석 요건과 과거 득표율 기준을 충족하고 있으며, 국민의힘의 김문수 후보 역시 의석 수와 정당 득표 기준을 모두 만족하고 있습니다. 개혁신당의 이준석 후보는 현재 국회 내 의석 수는 부족하지만, 여론조사 지지율이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면서 5%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민주노동당의 권영국 후보는 국회 의석이 없지만, 과거 정의당 시절의 정당 득표율 3% 이상 기록이 반영되어 초청 후보로 인정되었습니다. 이렇게 네 명이 초청 기준 중 하나 이상을 충족하여 황금 시간대 TV토론회에 등장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나머지 세 명
그렇다면 구주화, 황교안, 송진호 후보는 왜 방송에서 볼 수 없을까요? 먼저 자유통일당의 구주화 후보는 소속 정당이 국회 의석을 단 한 석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과거 대선이나 총선에서 의미 있는 득표율을 기록한 이력도 없습니다. 여론조사 지지율 또한 기준에 한참 못 미치고 있습니다. 황교안 후보는 무소속으로 출마했기 때문에 당연히 정당의 득표율이나 의석 수 조건과는 무관하며, 지지율 역시 초청 기준에 미달합니다. 송진호 후보 역시 무소속 출신으로, 정당 기반이 없고 과거 선거 이력이나 여론조사에서도 초청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습니다. 이처럼 세 명의 후보는 초청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황금 시간대 TV토론에 참여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비초청 후보에게 주어지는 단 한 번의 기회
초청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후보는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들을 위한 별도의 ‘비초청 후보자 토론회’가 단 한 차례 열립니다. 문제는 그 시간대와 형식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이 토론회는 밤 10시 이후 심야 시간대에 배정되며, 시청률이 낮은 시간에 편성됩니다. 때로는 자정에 가까운 시각에 녹화분이 송출되기도 합니다. 2022년 대선에서 허경영 후보는 밤 11시에 시작된 비초청 후보 토론회에 참여한 뒤, “우리도 기탁금 냈다”며 불만을 표출한 바 있습니다. 당시 그는 기탁금 3억 원을 다른 후보들과 동일하게 납부했지만, 실질적으로 유권자들에게 노출되는 기회에서는 극단적인 차별을 경험했습니다. 실제로 대통령 후보로 등록하려면 후보자 개인이 3억 원을 기탁금으로 납부해야 하며, 선거 비용 또한 자비로 먼저 지출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 토론에 등장할 기회조차 제대로 얻지 못한다면, 이러한 구조는 공정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초청 기준은 공정?
겉보기에는 단순한 법적 기준 같지만, 이 구조는 사실상 기득권 정당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하는 시스템이라는 비판이 존재합니다. 국회 의석이 없는 신생 정당은 의석 요건을 충족할 수 없고, 정당 득표율도 과거 선거에 참여하지 않은 이상 만족시킬 수 없습니다. 여론조사 지지율 5%는 언론 노출이 제한된 상태에서는 달성하기 어려운 수치입니다. 즉, 기준 자체가 현실적으로 신생 후보나 무소속 후보에게는 거의 불가능한 진입장벽이 되는 셈입니다. 이준석 후보처럼 일부 여론 기반을 확보한 사례는 극히 드물며, 대부분의 후보는 국민 앞에 설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선거를 치르게 됩니다.
제도 개선은 불가능?
현실적인 방송 시간 문제를 고려할 때, 모든 후보를 동일한 시간대에 등장시킬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현재처럼 비초청 후보에게 단 한 번의 기회만 주고, 그것도 밤늦게 배정하는 방식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최소한 2회 이상 토론회를 열거나, 시간대를 분산 편성하여 국민들이 더 쉽게 후보들의 정책을 접할 수 있도록 보완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기탁금을 납부하고 정식으로 등록된 후보라면, 일정 수준의 공적 노출 기회는 국가 차원에서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결국 이재명, 김문수, 이준석, 권영국 네 명의 후보만이 황금 시간대 TV토론회에 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공직선거법상 초청 기준을 충족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기준이 과연 지금 시대의 다양한 정당 구조와 유권자 기대에 부합하는지는 다시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정치적 다양성을 보장하고 유권자의 선택권을 넓히기 위해서는, 형식적 평등이 아닌 실질적 공정성을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TV토론은 단순한 방송 프로그램이 아니라, 유권자의 민주적 판단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공공 자산이라는 점에서 제도의 개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