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기 2569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이 열린 조계사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대통령 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예비후보가 마주쳤습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의미 있는 대화가 오갔는지는 양측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한 후보는 이날 김 후보에게 당일 중 회동을 제안했다며 단일화 논의의 물꼬를 트려는 모습을 보였지만, 김 후보는 확답을 피하며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힌 것으로 보입니다. 단일화 논의의 시동을 걸기 위한 첫 대면이었는지, 혹은 정치적 탐색전에 불과했는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조계사에서 마주한 두 후보
조계사에서 열린 불교계 최대 행사인 봉축법요식에는 각 당 주요 인사들이 자리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공식 행사가 시작되기 전 약 40분 먼저 현장에 도착한 한덕수 후보는 김 후보 등과 차를 마시며 간단한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습니다. 한 후보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김 후보에게 오늘 중으로 편한 시간에 편한 장소에서 만나자고 세 번 정도 말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 후보는 행사 후 기자들에게 “오늘은 그냥 말씀만 들었다”고 간단하게 언급하며 실제 만남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습니다. 김 후보 측 역시 언론 공지를 통해 “오늘 오전 조계사에서 우연히 조우했고, ‘곧 다시 만나자’는 덕담이 오갔을 뿐”이라고 밝히며 정치적 의미 부여를 경계했습니다.
양측의 온도 차
한 후보 측은 조계사에서의 만남을 “차담을 나눈 자리”라고 설명한 반면, 김 후보 측은 “잠시 조우했을 뿐”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같은 상황에 대한 표현 방식에서부터 양측의 온도 차가 드러납니다. 이는 향후 단일화 논의가 순조롭게 이뤄지기보다, 시작부터 조율이 필요한 사안이 많음을 시사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한 후보는 “김 후보와 대화할 기회가 세 번쯤 있었고, 이제는 만나야 할 시간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하며 만남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김 후보는 이에 대해 “네”라는 짧은 반응만 보였다고 한 후보는 전했습니다. 확답을 주지 않은 태도는 단일화 논의에서 김 후보가 보다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단일화 대표 선임 움직임
한편, 한덕수 캠프 측은 단일화 논의에 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 후보 측에서는 손영택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과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를 단일화 대표로 지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향후 양측 간 협상에 대비해 전략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도 최근 들어 단일화 추진 기구 설치를 공식화했습니다. 이는 사실상 당 차원에서 단일화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한 후보 측이 앞서 밝힌 ‘단일화 방식과 시기를 국민의힘에 일임하겠다’는 입장과 맞물려 논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회동 날짜조차 정하지 못하는 현재 상황은, 실무 논의의 시작부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낳고 있습니다.
최근 유사 사례와 향후 전망
과거 보수 진영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후보 단일화 논의가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 간의 단일화가 있었습니다. 당시 안 후보가 사퇴를 선언하며 윤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는 방식으로 단일화가 성사됐고, 이는 정권교체의 주요 변수로 작용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단일화도 중간 과정에서 수차례 교착 상태를 겪었고, 최종 합의에 이르기까지 정치적 계산과 감정 싸움이 상당했습니다.
이번 김문수-한덕수 단일화 논의 역시 유사한 패턴을 보일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김 후보가 정치적 경험이 많은 만큼, 단일화 조건에 있어 보다 유리한 지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적 태도를 취할 수 있습니다. 반면 한 후보 측은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논의가 시작되더라도 주도권을 두고 신경전이 치열하게 펼쳐질 수 있습니다.
향후 이 회동이 실제로 성사된다면, 이는 보수 진영 내 정계 개편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회동이 무산되거나 지지부진해진다면, 보수 표의 분산으로 이어져 선거에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이번 단일화 논의는 양측의 정치적 결단과 실무 조율 능력에 달려 있으며, 조계사에서 오간 인사 한마디가 그 시작점이 될지, 단지 스쳐 지나간 인사에 불과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다음 회동이 성사되면 어떤 방식의 단일화가 논의될지, 그리고 단일화가 실제 성사될 경우 그 주도권은 어느 후보에게 돌아갈지 등, 향후 보수 진영 내 세력 재편 과정의 핵심 분기점이 될 수 있는 중요한 이슈로 떠오를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