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수 한덕수 단일화 실패
2025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은 내부적으로 가장 복잡한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었습니다. 당초 중도 확장성과 행정 경험을 내세운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는 듯했지만, 결과적으로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최종 후보로 선출되며 ‘보수 본류’의 힘을 다시 한번 확인시키는 장면이 연출되었습니다. 그 과정은 단순한 경선이 아니라, 국민의힘이 과연 어떤 정치적 방향을 추구하고 있는가에 대한 민감한 내부 투표이기도 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김문수와 한덕수라는 두 인물이 대표하는 정치적 상징, 단일화 실패의 구체적 경과, 그리고 이로 인해 생겨난 정치적 의미까지 하나하나 짚어보겠습니다.
당 지도부는 왜 한덕수를 먼저 지목했나?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번 대선에서 ‘확장성’과 ‘안정성’을 키워드로 한 중도 공략 전략을 구상하고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이상적인 후보로 거론됐습니다. 그는 윤석열 정부 초대 총리로서 국정 운영에 대한 책임과 경험을 갖춘 인물이었고,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국무총리를 지낸 바 있어 범여권, 특히 보수 유권자들에게 익숙한 얼굴이었습니다. 무엇보다 한덕수는 정치적으로 강한 색채가 없다는 점이 지도부에게는 장점으로 작용했습니다. 이재명 후보와의 대결 구도 속에서 ‘갈등 유발형’ 인물이 아니라 ‘안정과 조율’의 이미지로 중도층을 끌어올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입니다.
또한 당내에서 김문수 후보가 지닌 다소 강경한 이미지에 대해 부담감을 갖고 있던 지도부는, 비대위 차원에서 비공식적으로 한덕수 중심의 단일화 시나리오를 설계하며 여론조사 방식 단일화를 검토했지만, 이것이 결국 당원들의 반발로 이어지게 됩니다.
지도부의 일방적 구상은 왜 실패했는가?
국민의힘은 과거 대선이나 총선에서도 후보 경선을 두고 지도부와 당심 사이에 간극이 발생한 적이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그 갈등이 ‘단일화’라는 형식으로 폭발한 사례였습니다. 특히 한덕수 후보를 둘러싼 논의 과정이 비공식적이고 밀실적인 분위기로 전개되었다는 점에서, 당원들 사이에서는 지도부에 대한 반감이 극대화되었습니다. 당원 투표라는 절차를 건너뛰고 여론조사로 밀어붙이려는 기류가 포착되면서 “지도부가 선거를 사유화하려 한다”는 비판까지 제기됐습니다.
실제로 일부 비대위원은 “김문수는 이미지가 극단적이어서 본선 경쟁력이 없다”며, ‘감성적 보수’보다는 ‘무색무취 중도’ 전략을 강하게 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획은 당원들에게는 ‘기득권의 자기복제’로 읽혔습니다. 일각에서는 ‘한덕수 카드’가 오히려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과 연계된 ‘비선’의 작동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김문수가 당원 투표로 승리한 의미는?
결국 국민의힘은 단일화 방식을 당원 투표로 전환했고, 이 과정에서 김문수 후보가 한덕수 후보를 누르고 최종 후보로 선출됩니다. 이 결과는 단순히 한 명의 정치인이 경선을 이긴 것이 아니라,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의 정치적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사건이었습니다. 김문수 후보는 과거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시작해 강경 보수 노선을 걷고 있는 인물로, 반공, 자유시장경제, 좌파 척결이라는 키워드를 지속적으로 강조해왔습니다. 그는 당원들과의 접점이 많고, 오랜 정치 이력 속에서 보수 진영 내 인지도도 높은 편입니다.
당원들은 결국 ‘예측 가능한 노선’과 ‘선명한 메시지’를 선택한 것이며, 지도부가 구상했던 실용적 중도 확장 전략은 당내 기반이 약하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당 지도부가 선호하던 방식이 무산되면서 비대위의 리더십에도 일정한 타격이 가해졌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두 사람의 노선 차이는 어디서 갈렸나?
정책적인 측면에서 두 사람은 상당한 차이를 보입니다. 김문수는 기초생활보장제 개편, 종북세력 척결, 반국가세력 등록제 도입, 노동시장 유연화 등 전통 보수층의 정서를 자극하는 공약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반면 한덕수는 정치적 발언은 자제한 채, 경제정책이나 외교 분야에서의 실무형 공약만 제시해 ‘색채 없는 리더십’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결국 이번 단일화 실패는 성향의 차이라기보다도 ‘정치적 에너지’와 ‘조직 장악력’의 차이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김문수는 당내 중진들과 보수 유튜버, 기독교 단체 등의 지지를 등에 업고 활발히 움직였고, 반면 한덕수는 ‘정치적 고립무원’ 상태에서 조직 동원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앞으로의 변수는?
김문수 후보가 최종 후보로 확정되었지만, 여전히 그를 둘러싼 내부 평가는 엇갈립니다. 특히 본선에서 중도층과 젊은 세대의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점은 해소되지 않은 숙제입니다. 반면 한덕수 전 총리를 지지하던 당내 세력은 선거 이후를 겨냥해 ‘지도부 견제’를 시도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이번 단일화 실패는 단순한 전략 실패가 아니라, 당원 민주주의, 기득권의 의사 결정 방식, 대선 전략 전반에 대한 구조적 성찰을 요구하는 신호탄이기도 합니다. 보수 진영의 색채와 스펙트럼, ‘정체성 정치’의 귀환이라는 점에서 그 파장은 본선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