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서 만난 사람 불편해졌다면? 그루밍과 강력범죄

게임에서 만난 사람 불편해졌다면, 그 즉시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심리적 지배, 감정적 착취 문제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한 채 관계가 깊어지면, 뒤늦게 후회와 상처만 남는 경우도 많습니다. 오늘은 ‘그루밍’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게임 속 정서적 학대의 위험성과 대처 방법을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온라인 관계도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

현실과 다르다는 이유로 온라인 속 감정 관계를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온라인 관계도 사람의 감정, 자존감, 정서에 깊은 영향을 미치며, 때로는 현실보다 더 깊은 상처를 남기기도 합니다. 특히 상대가 나보다 나이 많고, 경험이 많고, 친절한 말투를 쓰며 접근할 경우 더 쉽게 심리적으로 휘둘리게 되는 경우가 많죠.

심리적 통제의 시작, 그루밍

‘그루밍(Grooming)’은 본래 ‘길들인다’는 뜻에서 출발한 용어로, 상대방을 감정적으로 통제하고, 자신에게 종속시키는 일종의 심리적 길들이기 과정을 말합니다. 주로 성인이나 권력 우위에 있는 사람이 미성년자에게 친절하게 다가가 신뢰를 얻은 뒤, 정서적·성적으로 지배하려는 목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온라인에서는 게임 커뮤니티나 채팅방에서 이런 방식이 종종 발생합니다.

성적인 목적이 없더라도 문제는 된다

많은 사람들은 ‘성적인 목적이 없었으니 범죄는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반복적으로 감정을 조종하고, 신뢰를 쌓은 뒤 관계를 통제하거나 파기하며 상대에게 정신적 상처를 주는 행위는 명백한 정서적 학대이며, 때로는 사이버 괴롭힘으로 확장되기도 합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고, 피해자가 불안, 우울, 수면 장애, 자해 충동 등을 겪게 된다면 이는 단순한 ‘친한 친구’ 사이의 문제가 아닙니다.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들

온라인 속 감정관계가 법적으로 문제 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습니다. 특히 청소년의 경우 보호법이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상대방의 나이, 발언 내용, 행동 패턴에 따라 형사처벌로 이어질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성적 목적의 온라인 접촉은 범죄

2023년 개정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성적 목적의 메시지 전송, 이미지 요구, 실제 만남 유도 등은 ‘그루밍 범죄’로 형사처벌 대상이 됩니다. 온라인에서 ‘사랑해’, ‘보고 싶어’ 같은 말을 반복하거나 연애 관계처럼 유도하는 행위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성적인 목적 없어도 형사상 문제 가능

성적 요소가 없다 해도 다음과 같은 상황이라면 다른 법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상대방에게 반복적으로 감정적인 스트레스를 유발하거나, 관계를 끊고 싶다는 말로 협박·불안감을 조성할 경우 → 강요죄, 협박죄
자신의 감정 상태를 과장하며 상대에게 위로를 강요하고,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심리적 압박을 가할 경우 → 정서적 학대
상대의 동의 없이 신상정보(주소, 실명 등)를 공유하거나, 일방적으로 정보를 요구할 경우 →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가능성
관계 후 상대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유포하며 평판을 훼손할 경우 → 명예훼손 및 모욕죄

이런 상황이라면 반드시 주의하세요

청소년이 온라인 게임에서 나이 많은 성인과 다음과 같은 관계에 놓인 경우라면 빨간불입니다.

상대가 나의 실명, 생년월일, 집주소, 얼굴 사진 등을 요구하거나 이미 알고 있다
상대가 정서적으로 매우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며, 나의 반응에 따라 극단적 감정을 표현한다
관계를 이유로 특정 행동(접속, 대화, 선물, 만남)을 강요한다
관계가 틀어졌을 때 죄책감을 느끼게 만들거나 ‘내가 힘든 건 네 탓’이라고 말한다

이런 상황은 ‘그루밍’ 또는 ‘심리적 지배’의 전형적인 패턴이며, 피해자가 스스로 관계를 끊기 어려운 구조로 만들어집니다.

경범죄 발생 사례

온라인 게임 채팅을 통한 명예훼손

사건 개요: 피고인은 온라인 게임 ‘리니지’에서 게임 내 채팅창을 통해 다른 이용자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하여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판례번호: 수원지방법원 2011. 1. 13. 선고 2010고정3887 판결
판결 요지: 법원은 피고인의 발언이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정도의 구체적인 사실 적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온라인 게임 중 성적 모욕 발언

사건 개요: A씨는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하면서 게임 내 채팅창을 통해 피해 여성에게 성적 비하 및 조롱이 담긴 발언을 하였습니다.
관련 기사: 게임하며 채팅으로 성적 모욕… 유무죄 갈리는 ‘통매음죄’
판결 요지: 법원은 A씨의 발언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내용으로 판단하여 유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개인정보 유출

사건 개요: 피고인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타인의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게시하여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판례번호: 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7도5077 판결
판결 요지: 법원은 피고인의 행위가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것으로 판단하여 유죄를 선고하였습니다.

강력 범죄 발생 사례

경범죄뿐만 아니라, 강력 범죄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만난 사람이 불편해진 상태라면 절대로 만나서는 안됩니다. 생각보다 흔하게 발생하는 범죄입니다.

2022년 인천

2022년, 인천에서 30대 남성이 온라인 게임을 통해 알게 된 20대 여성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두 사람은 게임 내 채팅과 디스코드 음성 채팅을 통해 친분을 쌓았고, 이후 오프라인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첫 만남에서 남성은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하여 유기하는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이 사건은 온라인에서의 만남이 현실에서 어떤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2019년 서울

2019년, 서울에서 40대 남성이 온라인 채팅 앱을 통해 알게 된 30대 여성을 살해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채팅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다가 실제로 만나게 되었고, 그 자리에서 남성은 여성을 살해했습니다. 이 사건은 온라인 만남의 위험성과 함께, 익명성이 보장된 공간에서의 만남이 범죄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하는 사례로 언급됩니다.

2017년 부산

2017년, 부산에서 20대 남성이 온라인 게임을 통해 알게 된 20대 여성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두 사람은 게임을 통해 친분을 쌓았고, 이후 실제로 만나게 되었으나, 남성은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하는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이 사건은 온라인 게임을 통한 만남이 현실에서 어떤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언급됩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응

우선, 증거를 남겨두세요

대화 내용, 채팅 기록, 디스코드 메시지, 오픈채팅 내용 등을 삭제하지 말고 보관하세요. 특히 위협성 있는 말이나 감정 조작 발언은 캡처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후 경찰 신고나 상담 기관에 제출할 수 있습니다.

전문 기관의 상담을 받아보세요

다음 기관들은 실제 사례 분석과 법적 조언을 무료로 제공하기도 합니다.

청소년상담복지센터(1388): 지역별 센터에서 무료 심리상담 가능
여성가족부 사이버성폭력상담센터: 비성적이더라도 정서적 피해까지 폭넓게 안내
경찰청 사이버수사국: https://ecrm.police.go.kr에서 직접 신고 가능

법적 조치가 필요할 경우

상대가 반복적으로 게임이나 채팅방에서 나를 언급하거나, 관계를 맺은 흔적으로 명예를 훼손할 경우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내 감정과 행동을 조종하며 정서적 고통을 반복적으로 유발했다면 강요죄, 협박죄, 학대행위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

온라인 공간에서 만난 사람이라도, 그 관계로 인해 현실의 감정에 상처를 입었다면 그건 진짜입니다. 피해자가 느끼는 불안과 고통은 결코 가상의 것이 아니며, 정서적 학대나 심리적 지배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 감정을 존중하고, 관계에서 느껴지는 불편함을 그냥 넘기지 않는 것입니다.

지금 힘들다면, 그건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연스러운 반응이고, 지금 필요한 건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회복하는 과정입니다.
‘게임 속 일이니까’라는 말로 넘기지 마세요. 당신은 상처받을 이유가 없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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